교단 자료

이호철 선생의 단계별 글쓰기 지도

Green Guardian 2008. 1. 11. 20:20
- 자료출처: 강원도강릉교육청

단계별 글쓰기 지도                                                                          
이호철 / 경북 청도 문명분교

글쓰기 교육은 아이들의 삶을 참되게 일깨우고 가꾸기 위해서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대부분의 어른들은 삶에서 떠난 글을 만들어내는 글쓰기를 옳은 글쓰기인양 생각하고 있다. 이는 삶에서 떠난 어른들의 문학을 아이들이 그대로 흉내내도록 하는 것이 아이들의 글쓰기라고 생각한 데서 온 것이다.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옳은 글쓰기 교육은 사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로 보고, 있는 그대로 바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표현(기록)할 줄 알고, 스스로 옳은 판단을 해서 참된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더 큰 목적을 두고 있다.

[글쓰기 지도 목표]
①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솔직한 태도로 쓰게 한다.
② 무엇이든지 쓰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쓰게 한다.
③ 제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게 한다.
④ 실제의 삶에서 우러난 살아 있는 느낌과 생각을 쓰게 한다.
⑤ 자기 자신의 말로, 살아 있는 일상의 말로 쓰게 한다.
⑥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정확하게 쓰게 한다.
⑦ 자기와 남과의 관계,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인식하고 사상을 총체적으로 파악 판단하며, 그리하여 인간스런 감정과 올바른 삶의 자세를 몸에 붙이도록 한다.
<이오덕 선생님의「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에서 따옴>

따라서 지금부터 말하고자 하는 것도 이런 정신에 비롯하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

■ 글쓰기 이전의 지도
  
살아 있는 글, 말하자면 참된 글은 참된 삶에서 나온다. 또한 참된 글을 쓰다 보면 참된 삶을 가꿀 수 있다. 곧 참된 글과 참된 삶은 하나다. 따라서 글쓰기 지도 이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이 올바로 살아가도록 하는 일이다.
지금 우리 어른들의 사회는 어떤가? 썩고 병든 부분이 얼마나 많은지 그 예를 들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그 속에 우리 아이들도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마음도 변질되어갈 수밖에 없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또 어른에 의해, 아이들에게만 주어진 여러 가지 제약에 의해 억압당하는 아이들을 보면 또 얼마나 안타깝나.  
참된 어른이라면 이렇게 변질되거나 잃어가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찾아주고, 억압당하는 아이들을 지켜주어야 한다. 그리고 잃어가고 있는 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찾아주고 발전시켜주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어른이 참되게 살아가야 한다.
둘째, 참되게 살아가도록 실천 지도해야 한다.
셋째, 사물이나 삶의 모습을 바로 보고, 바로 듣고, 바로 느끼고, 바로 생각하고, 바로 말하도록 해야 한다.
* 글 쓰고 싶은 마음 불러일으키기(글 쓰고 싶은 욕망 불러일으키기)

■ 어떤 갈래의 글을 쓸 것인가?
  
글쓰기에 앞서 어떤 갈래의 글을 쓸 것인지 또렷이 정하고, 쓰고자 하는 글의 갈래에 대한 성격이나 특징을 이해 할 수 있도록 깨우쳐 준다. 이때 보기 글을 보여주며 깨우쳐 주는 것이 좋다.

▷ 서사문 : 본 일·들은 일·한 일을 쓰는 글, 말하자면 자기 몸으로 겪은 일을              쓰는 글, 또 다른 사람이 겪은 일을 보거나 듣고 사실대로 쓰는 글도             서사문이다.
▷ 감상문 : 우리가 살아가면서 온갖 것(일)을 보고 듣고 겪는다. 그러는 가운데             반드시 어떤 느낌이나 생각을 가지게 되는데, 그 느낌과 생각을 중              심으로 쓴 글을 ‘감상문’ 또는 ‘느낌글’이라고 한다. 이 감상문은 느낌             이나 생각을 나타내기 위해 그 느낌이나 생각이 생겨난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 설명문 :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서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실, 또 새롭게 얻은 지식과 경험을 알기 쉽게 쓴 글.
▷ 시 : 삶에서 그때그때 부딪히는 온갖 일들에 대해서 느끼고 생각한 것(감흥)          을 될 수 있는 대로 짧은, 꼭 써야 할 자기의 말로 토해내듯이 쓴 것.
▷ 주장글 : 자기의 생각(의견)을 강하게 내세우는 글, 다른 사람이 내 생각과               같은 생각을 가지게 하거나 따라 행동해 주기를 바라는 글.

  * 아이들의 글(특히 저학년의 글)은 구분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 학년에 맞게 글의 갈래에 대한 성격이나 특징을 깨우쳐 주자.

■ 어떤 글이 살아 있는 글인가?
  
글쓰기 지도에 앞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한 가지는 어떤 글이 살아 있는 좋은 글인가를 바로 알고 글을 쓰는 아이에게도 잘 일깨워 주어야 바로 지도할 수 있고 바로 쓸 수가 있다.
‘살아 있는 글’ ‘좋은 글’ ‘참 글’이란 자기가 겪은 일을 자기의 말로 진솔하게 써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찡하게 울려 줄 수 있는 글, ‘아! 그렇지!’ 할 수 있는 글, 말하자면 감동이 있는 글을 말한다. 반대로 실제로 겪지 않았으면서 겪은 것처럼 꾸며 쓴 글, 겪고 느낀 것보다 부풀리거나 꾸며 쓴 글, 자기 말이 아닌 말로 쓴 글(어른들의 말로는 ‘관념으로 쓴 글’)로 별 느낌이 없는 글, ‘또 이런 글을 썼구나’ 하는 말이 나오는 글, 말하자면 감동이 없는 글을 ‘죽은 글’ ‘좋지 않는 글’ ‘거짓 글’ 이라고 한다. 좋은 글이란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정리해 본다.

①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쉽게 쓴 글
② 재미가 있는 글
③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일이지만 자기만의 생활이 있는 글
④ 꾸며 쓰지 않고 사실 그대로 쓴 글
⑤ 글에 나타난 행동이나 생각이 올바른 글
⑥ 읽어서 얻을 것이 있는 글( 가치 있는 글)
⑦ 어른들이 쓰는 어려운 말을 쓰지 않은 글
⑧ 정성이 담겨 있는 글                              
⑨ 마음에 ‘찡’하게 울려오는 감동이 있는 글

많은 아이들이 글을 쓸 때 묘한 말이나 어려운 말, 묘한 문장으로 글 멋을 부리는데 이점은 더욱 잘못된 것임을 보기글로 대조시켜 일깨워 주어야 한다.

  * 보기 작품으로 글 견주어보기


■ 쓸거리 찾기 지도
  
자연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든 사물과 사실, 경험이 글 쓸거리다. 그 가운데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의 생활범위에서 가장 가깝게 관계하는 것으로, 쓸만한 거리를 생각나는 대로 찾아 적어 보게 한다.

[글감 잘 찾을 수 있는 마음가짐과 생활 태도]
① 땀 흘리며 일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고, 자신도 그렇게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② 진실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진실함을 말할 때는 눈물이 솟구친다)
③ 따뜻한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④ 모든 사물을 감정을 가진 사람처럼 생각할 줄도 알아야 한다.
⑤ 무엇이든지 자세하게 관찰할 줄 아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우리는 자기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모든 사물을 관념으로 보고, 스쳐보는 버릇이 있다. 그러면   새로운 것을 찾을 수가 없다.)
⑥ 속을 볼 줄 알아야 한다.
⑦ 옳고 그름을 바로 알고 옳은 가치관을 가지도록 한다.
⑧ 저절로 번쩍 하는 느낌(감정)을 잡아보기도 하도록 하자.

[글감 찾기 지도의 원칙]
① 무엇보다도 글감을 강요하지 말 것이다. 어디까지나 아동 스스로 찾아내어야   한다.
② 삶을 리얼하게 보도록 하는 글감 찾기 지도가 되어야 한다.
③ 아이들의 재능을 키워 주고, 생각을 깊게 해 주는 글감 찾기가 되어야 한다.
④ 쓰고 싶은 의욕이 왕성해 지도록 하는 글감 찾기 지도가 되어야 한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95쪽)

[글감 찾기의 주관 조건]
① 삶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것.
② 글로 써 보이고 싶은 것.
③ 그것을 씀으로써 만족할 수 있는 것.
④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글 쓰는 이가 그것을 일반에게 발표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것.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97쪽)


[글감 찾기의 객관 조건]
① 글감이 사회성을 가질 것. 말하자면 두 사람 이상의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어    야 한다.
② 나아가서는 읽는 이에게 적극 영향을 주는 것.
③ 다시 더 나아가서 인격과 집단에 대해 올바른 삶의 관점을 보여 주는 것.
④ 편지글의 경우는 그 대상이 뚜렷하게 정해져 있을 것.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97쪽)

[쓸거리 찾아 적어 보기의 예]
• 본 일(본 것) : 일 하는 소, 굴다리 밑의 거지 아저씨, 우리 집 토끼, 아카시아                    꽃 따위
• 한 일(겪은 일) : 고추 모종 옮기기, 얼음 지치기, 숙제, 어머니 어깨 주물러                      드리기 따위
• 놀이 : 구슬치기, 축구, 사방치기, 오징어놀이 하다가 따위  
• 들은 일 : 부모님 살아온 이야기, 선생님 말씀, 이제시대 이야기, 순이 소식 따위
• 그 밖의 일들  :
  
[글의 갈래에 따라 다음을 더욱 생각하며 글감 찾기]
▷ 서사문 : 겪은 사실이 또렷하고 감동이 있는 것, 숨기고 싶거나 부끄럽거나 자             랑하고 싶은 일.
▷ 감상문 : 생각과 느낌이 남다른 것, 비판해 보고 싶고 따지고 싶은 것.
▷ 설명문 : 남들에게 특별히 알리고 싶은 것, 지식을 잘 정리해 두고 싶은 것
▷ 시   : 그 때 그 감흥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순간의 감흥이 살아 있는 것.
▷ 주장글 : 남에게 자기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고 싶은 것, 문제점이 있는 일.

■ 글감 고르기

쓸거리 찾기에서 나온 여러 가지 거리 가운데 가장 생생하게 느낀 글감 하나를 골라잡게 하는 것이다. 글감만 정해졌다면 글을 반 이상 썼다고 해도 될 만큼 글쓰기에 있어 글감 찾기는 매우 중요하다. 글감을 찾을 때 벌써 그 글감에 대한 사실과 생각, 느낌이 머리 속에 떠올라 있고 그 때 그 감흥에 젖어 들어갈 준비가 다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른의 생각으로만 주는 글감이나 다른 어떤 목적으로 글을 쓰게 하기 위해서 어른이 주는 글감은 옳지 않다. 어디까지나 아이들 스스로 자유롭게 글감을 찾고, 가장 절박한 문제를 글감으로 고르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 스스로 글감을 찾고 고르도록 해 보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절실한 문제가 무엇인지 잘 찾아내지를 못해서 가치 없는 글감을 고르는 경우도 많다. 이때 얼마 동안은 교사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글감의 범위(지난 일요일에 한 일, 오늘 아침에 학교에 오다가 특별히 본 것, 걱정되는 일 따위)를 정해 주거나 글감 찾기에서 나온 글감에 대해 겪은 사실이나 느낌과 생각을 이야기(발표)하게 해서 가치 있는 글감을 하나 골라주는 것도 좋겠다. 그러다 어떤 것이 글감의 조건을 만족하는지 느끼기 시작하면 아주 스스로 고르도록 한다.

* 아이가 글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하는 방법 : 언제 어느 곳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일인지 확실한 것을 고르게 하고, 사건의 중심(겉 알맹이)이나 중심 생각(속 알맹이)을 찾아내도록 교사가 이끌어 낸다.

* 언제나 글감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방법
    ․ 아이들이 쓴 글감 보여 주기
    ․ 혼자 거닐기
    ․ 생각 주머니 가져 다니기
    ․ 관찰 기록
    ․ 겪어 보기

[행정 지시, 글쓰기 대회에 대비한 글감 찾기]
• 행정 지시 : 보통 때 쓴 글 가운데 지시된 내용과 관련 있는 글을 보낸다. 쓴              글이 없을 때는 지시된 주제를 바로 말하지 말고 이렇게 하자.
  (자연 보호)  풀이나 곤충, 동물과 관련해서 겪은 일을 글감으로 글을 써보자,             우리 마을의 냇물은 왜 더럽혀졌나?, 주차장 앞의 쓰레기 문제 따위
• 글쓰기 대회 : 경영자를 잘 설득시켜 될 수 있는 대로 대회에 참가시키지 않                 는 것이 좋겠지만 그래도 꼭 대회에 나가야 한다면 주어진 주제                 에서 자기가 겪은 일 가운데도 나만이 특별히 겪으며 느끼고 생                각한 것이 있는 일을 찾아 쓸 수 있도록 한다.  

■ 얼거리 짜기

‘얼거리 짜기’는 쓰고 싶은 것을 차근차근 써서 그 글을 읽는 사람이 잘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떤 내용을 어떤 차례로 쓸 것인가 세워보는 계획이다.

* ‘구상’에 대한 이야기 : 정직한 삶의 표현이 아니라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쉽다.
* 얼거리 짜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 미리 글쓰기를 알린다.
    ․ 조사와 관찰을 하게 한다.
    ․ 실제로 겪어 보게 한다.  
    ․ 이야기를 시킨다.
    ․ 적어보게 한다.

저학년은 처음, 가운데, 끝 정도로 해서 발표를 해 보게 하는 것이 좋다.
중고학년이 되면 꽤 긴 글도 쓰게 된다. 그러자면 어떤 내용을 어떤 차례로 쓸 것인가 계획을 좀 더 자세하게 세워 써야 글의 내용이 뒤죽박죽 안 되고 썼던 내용이 겹쳐지지도 않는다. 일이 일어난 차례에 따라 크게 3 - 5부분으로 나누어 적어보게 하면 좋겠다. 이것이 하나의 큰 문단이 된다는 것도 일러두자.

                           <할머니 짐 들어드리기>

      1. 버스 정류소에서 성국 할머니가 버스에서 짐 들고 내리는 모습을 봄
      2. 할머니가 짐 때문에 어려워 함
      3. 짐 들어드리지 말까, 망설이다 들어드리기로 함
      4. 짐 들어드림 ---- · 그냥 들어보니 무거움
                          · 어깨 위에 얹어 들고 감
                          · 머리 위에 얹어 감
      5. 성국 할머니 댁에 다 가니 할머니가 매우 고마워 함
      6. 집으로 돌아 옴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글의 중심(알맹이)이 무엇인가 또렷이 알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위의 예에서는 ‘짐 들어드림’이 중심 이야기다.
▷ 서사문 : 보고 듣고 겪은 일을 중심으로 얼거리 짜기, 예고· 조사와 관찰·겪어            보기
▷ 감상문 : 생각에 보고 듣고 겪은 일이 보태어진다는 생각으로 얼거리 짜기
▷ 설명문 : 무엇을 설명할 것인가 생각하고 조직성 있게 얼거리 짜기, 조사·자료            수집·겪어보기
▷ 시     : 머리 속에 그때 그 감흥이 일어나 차례로 떠올려 본다.(알맹이 찾기             는 글감 고를 때 함)
▷ 주장글 : 주장의 중심이 무엇인지,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 잘 알고 문제점,             해결 방법을 생각해서 얼거리 짜기

■ 보기글 읽어주기와 쓰기에 앞서 지도하는 말
  
또래 아이들이 쓴 글 가운데 판에 박은 듯한 모범글이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을 서툴지만 솔직하게 써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읽어준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쓰게된다. 여기에서 지도하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꼭 한 가지 말해 주어야 할 것은 글을 다 쓸 때까지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한다.

* 보기글 읽어주기 참고할 책 소개 : <일하는 아이들><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허수아비도 깍꿀로 덕새를 넘고><엄마의 런닝구><우리반 순덕이><이사 가던 날><웃음이 터지는 교실><나도 쓸모 있을걸><비오는 날 일하는 소><공부는 왜 해야 하노> <아무도 내 이름을 안 불러 줘><아주 기분 좋은 날><주먹만한 내 똥>

■ 겪어 보기

글쓰기에 앞서 그 때 그 일을 생생하게 되살려 내어 좀 더 또렷이 글의 줄거리를 잡을 수 있도록, 그 때 그 사실이나 감흥을 생생하게 되살려 낼 수 있도록 얼거리의 차례에 따라 겪어 보게 하는 것이다.
모든 글은 지나간 일을 글감으로 쓴다. 따라서 많은 사실이나 감흥을 잊어버린다. 그 잊어버린 것을 생생하게 떠올리기 위해서는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으로 또는 실제 행동을 하면서 중얼거려 보면서 그 때로 돌아가 볼 수밖에 없다.
겪어보기를 하면서 얼거리 짤 때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찾아내면 잊기 전에 적어두는 것도 좋다.

[겪어 보기와 쓸 때의 태도]
① 그 일 속에 빠져들어간다.
② 글감 속의 사물이나 사람이 되어 본다.
③ 글감 속의 사물이나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 본다.
④ 글감 속의 사물이나 사람과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⑤ 글감 속의 사물이나 사람과 같이 마음(실제)으로 행동도 해 본다.
  
■ 글쓰기

얼거리 짠 차례에 따라 사실과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 나가는 단계로 말하듯이 술술 써 내려가게 한다. 얼거리 짠 차례로 쓴다고는 했지만 그 순서에 너무 얽매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이때 겪어 보기를 하고 바로 그 기분으로 글을 쓰도록 하는 것이 좋다.

[글쓰기의 태도]
① 감흥이 나는 대로 한꺼번에 써 내려가도록 한다.
② 본 대로 들은 대로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쓰도록 한다.
③ 자기의 생각이 남들에게 잘 전해지도록 자세하게, 정확하게 쓰도록 한다.
④ 자기 자신의 말(사투리도 쓰게 함)로 쓰도록 한다.
⑤ 긴 글은 끈기 있게 쓰도록 한다. 긴 글을 쓸 때는 쉬게 할 수도 있고, 대로는    며칠을 두고 계속 쓰게 할 수도 있다.
⑥ 의식을 집중시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조용하게 한다.)
⑦ 저학년에서는 발음해 가면서 쓰는 것을 허용한다.
⑧ 작품 끝에는 반드시 쓴 날짜를 적어 두는 습관을 들인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111, 112쪽에서 간추림)

또 글에 따라 어떤 문제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고, 나와 내 주위의 삶을 같이 생각하고,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따져 보고, 그에 따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도 생각하면서 쓰도록 하면 더욱 좋겠다.
그냥 자세하고 정확하게 쓰라고 하면 아이들은 잘 모른다. 모습, 모양, 행동, 표정, 주고 받는 말, 중얼거리는 말, 사실, 주위 환경, 얽힌 이야기 따위를 자세하게 쓴다는 것을 귀에 익도록 일러주어야 한다.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다른 사람이 읽었을 때 궁금한 것이 없도록 쓰라고 하면 된다.

* 생각하는 것과 글쓰기
  
■ 보태어 쓰기

글을 다 쓴 다음 차근차근 읽어보면 중요한 내용이 빠져서 무얼 썼는지 잘 모르는 부분과 사실이 자세하지 못하거나 표현이 생생하지 못한 부분 따위가 드러나게 되는데, 이런 부분을 다시 한 번 더 겪으면서 보태어 쓰거나, 더 자세하게, 더 정확하게 나타내어 완전한 내용으로 완전한 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① 아이 스스로 보태어 쓸 곳 찾아 밑줄 긋고 번호
② 그 번호의 내용을 다른 종이에 보태어 씀
③ 교사가 읽어보고 보태어 쓸 곳 지적
④ 아이는 다시 보태어 씀

* 방법 : <살아 있는 글쓰기> 126쪽-129쪽 참조

■ 글 고치고 다듬기  

다 쓴 글을 다시 차근차근 읽어보면서 모자라는 곳은 더 보태고, 틀린 곳은 고치고, 필요 없는 곳은 줄여 사실과 생각을 충실히, 정확하게 나타내도록 하는 것이다.
고치기 할 때는 크게 내용면과 형식면으로 나누어 하되 먼저 내용면을 먼저 충분히 고치고 난 다음에 형식면을 고쳐야 한다.

• 내용면 : 충분히 나타내지 못한 곳 보태어 쓰기, 겹쳐 나온 곳이나 필요 없는             곳 빼어 버리기, 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잘못된 곳 바로 잡기, 자신의             행위나 느낌·생각이 진솔하게 드러내지 못한 곳 고치기, 억지로 꾸며             쓴 곳 고치기 따위
• 형식면 : 문법과 어법이 틀린 것 맞게 고치기, 문단 나누기 바로 하기, 틀린              글자 바로 쓰고 빠진 글자 보태어 쓰기, 쉬운 우리말 살려 쓰기, 띄어             쓰기가 틀린 곳 바로 하기, 잘못 쓰여진 부호 바로 하기, 원고지 쓰는             법에 맞지 않게 쓴 곳 바로 하기 따위

먼저 스스로 찾아내어 고치도록 하고 아이들끼리 바꾸어 읽어보게 해서 문제점을 지적해 주고 고치도록 한다. 다음은 교사가 글 고치기의 부호를 써서 표시해 주고 스스로 고치게 한다. 다음은 아이와 마주 앉아 지도를 한다. 이때 지도 교사의 생각이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때에 따라서는 어른의 눈으로 봐서는 틀린 것으로 보이더라도 아이가 어떤 뜻을 가지고 표현했을 때 내용면이든 형식면이든 그대로 살려 두어야 한다. 아이 스스로 글을 고치기 할 때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로 고치기를 하지 말고 한 번에 한두 가지를 가지고 하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하지만 아이의 글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 글 감상과 비평하기

아이들이 쓴 글은 그대로 묻어 두지 말고 감상하도록 한다. 글쓴이의 생각이나 생활 태도를 공감하는 기회가 되고, 생각이나 생활 태도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서로 의견을 나누어 좋은 방향을 찾아 나가도록 한다. 이때도 고칠 곳이 있으면 다 같이 의논을 해서 바르게 고친다.

• 아이들끼리 서로 읽어보게 해서 서로 이야기하게 한다.
• 교사가 아이들의 글 몇 편을 골라 읽어 주고 느낀 점이나 감동 받은 점, 문제점,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 같은 것을 발표하도록 하고 의논을 한다.

■ 아이들의 글을 가치 있게

자신이 열심히 쓴 글은 다른 사람이야 어떻게 보든 스스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스스로 글을 잘 모아 두어야 한다. 개인 문집을 만드는 것이다. 글이 더욱 가치있게 되도록 하자면 여러 사람 앞에 발표를 해서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의 글을 바로 볼 줄 모르는 신문에나 잡지에나 상을 타기 위해서 발표하는 것은 될 수 있는 대로 삼갔으면 좋겠다. 잘못 하다가는 잘못된 글쓰기 방향으로 나갈 수 있고 발표되지 못한 아이들은 소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학급 아이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학급 문집이 가장 좋은 발표의 자리다. 학급 문집에 발표되는 것을 최상의 자리로 생각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 아이들 글의 가치

■ 개별지도

앞서 ‘보태어 쓰기’에서나 ‘글 고치고 다듬기’에서도 개별 지도가 이루어졌지만(<살아 있는 글쓰기>62쪽-69쪽 참조) 여기서 말하는 ‘개별 지도’는 글자를 모르는 아이의 지도다.
글자를 모르는 아이는 아이가 하는 말을 교사가 받아 적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잘못하면 교사의 뜻대로 흘러 갈 가능성이 큰데 그 점에 대해서 매우 조심을 해야 할 것이다.

■ 기타

* 누구나 해야 하는 글쓰기
* 꾸준히 쓰기

■ 글 써보기(실습)

* 사생글 쓰기
* 서사문 써보기

■ 질문과 답




보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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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1-1]
<해변의 개구쟁이들>
                                                                      경북  6학년

“와, 엄마 정말이에요? 정말 가는 거죠?”
“그럼, 정말이구 말구.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 테니까 준비해 두거라.”
여름방학중, 심심하다고 자꾸 보채자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어머니께서 바닷가에 놀러가자고 했다. 하루종일 ‘룰루랄라’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짐을 챙겼다.
“비누도 넣고, 치약도 넣고. 아참, 수건도 넣어야 되겠지? 사촌들도 온다니···정말 좋다. 좋아.”
하루종일 들뜬 마음을 가누지 못했다.
“자~ 떠나자~ 동해 바~ 다로~.”
신나게 노래도 부르고 율동도 하며 즐겁게 놀다보니 드디어 바다에 도착하였다. 내리자마자 바닷물에 들어가서 출렁거리는 파도와 함께 춤을 추고는 우리가 묵을 곳으로 가서 대충 짐 정리를 해 놓았다. 그리고는 예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내 동생과 같이 수영도 하고 잠수시합도 했다. 동생이 내 머리를 눌러 바닷물을 먹기도 했다.
서로 다투기도 했으나 바다가 주는 행복감에 곧 서로 화해했다. (ㅁ 신문에서)
  
[글 1-2]
                                       <아버지와 염소 똥 치기>
                                                                   경북 청도 덕산초등학교 6학년 김종식

학교 갔다 오니 아버지가 염소 똥을 치고 계셨다. 나는 가방을 방에 놔두고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갔다. 나는 아버지와 같이 염소 똥을 치고 싶었다. 그래서
“아빠, 나도 염소 똥 치면 안 되요?”
“오냐, 한 번 치봐라.”
나는 얼른 창고에 가서 삽을 가지고 왔다. 염소 똥을 삽으로 퍼서 염소 똥 쌓아 놓은 곳에 던졌다. 날은 점점 저물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쌀쌀했다. 아버지가
“종식아, 춥재? 얼른 방에 들어가라.”
“괜찮다, 아빠.”
아버지는 입고 있던 잠바를 나에게 주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염소 똥을 쳤다. 잠시 서있던 아버지도 다시 삽을 들고 나와 같이 염소 똥을 치웠다. 아버지와 함께 염소 똥을 치우니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그래서 어서 빨리 하려고 하다가 염소 똥을 다른 곳에다 던지고 말았다. 아버지께서
“거기다 던지면 우짜노.”
하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차분하게 염소 똥을 치웠다. 이제 염소 똥은 별로 남지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께
“쉬었다 하지요.”
하고 말하니 알았다고 하셨다.
나는 쉬었다가 다시 염소 똥을 치웠다.
염소 똥을 다 치우니 조금 어두웠다. 아버지께
“수고했다.”
이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아버지와 나는 염소 집에다 짚을 깔아 놓고 집으로 들어왔다. 염소 똥으로 거름한다고 하셨다. 몸을 씻고 나니 정말 개운하였다. (1997.12.9)

[글 1-3]
<할머니 짐 들어드리기>
                                              경북 청도 덕산초등학교 6학년 윤영웅  

오늘 오후의 일이었다. 학교 갔다 와서 밖에 나갔다. 마을에 돌아다니다가 마을 회관 옆에 있는 정류소에 갔다. 정류소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있었다. 4시 40분 차가 우리 마을 앞에 섰다. 버스 문이 열리더니 우리 뒷집 성국 할머니가 내렸다. 성국 할머니는 우리 마을에 혼자 사신다. 자식들은 모두 부산에 있다고 한다. 할머니가 손수 지은 곡식과 우리 마을 사람들의 곡식을 사서 시장에 내다 판다. 가끔 산에 가서 나물을 뜯어서 시장에 내다 팔 때도 있다.
오늘은 장날이 아니다. 그런데도 버스에서 짐을 세 보따리나 가지고 내렸다. 뭐가 가득 든 포대 두 개 하고 보자기로 싼 짐 하나다.
“할매예, 안녕하십니꺼? 어디 갔다 오는데예?”
“오이야, 웅아네. 풍각 갔다 온다. 웅아, 내 요 보따리 집에 갖다놓고 다시 오께. 요고 좀 지키고 있을래?”
하고는 짐을 가지고 가셨다. 포대에 있는 짐 하나는 이고 보자기에 싼 것은 오른 손으로 들고 가신다. 포대 하나는 놔두고 갔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해서 겨우 들고 가는 모습을 보니 안스러웠다. 힘 없는 할머니가 다시 와서 끙끙대며 들고 가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안 그래도 그 할머니가 요즈음 허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말이다.
‘이 짐을 들어 줘야 되나 말아야 되나? 에이시 모르겠다. 그냥 들어 주자. 이런 거 쯤이야.’
하고 짐보따리를 한 손으로 들려고 하니 자석처럼 땅에 착 달라붙어서 꿈쩍도 안 했다. 팔에 힘을 뺐다가 다시 힘을 팍 주어서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땅에서 10㎝쯤 떨어졌을까? 힘이 빠져서 다시 땅에 내려놓았다.
“어쭈그리! 쪼끔 무겁데이.”
이번에는 허리를 구부려서 두 손으로 매듭을 콱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다시 힘을 주었다. 그제서야 짐이 땅에서 떨어졌다. 두 손으로 짐을 꼭 잡고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려니까 정말 속이 답답했다.  
‘이래 들다가는 해 빠지겠다.’
있는 힘을 다해 끌어안아서 눈높이까지 겨우 들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어깨에 억지로 얹었다. 어깨에 얹으니까 훨씬 가볍게 느껴졌다. 움직이는데도 편했다. 짐이 떨어지지 않게 두 손을 뒤로해서 꽉 잡았다.
‘이라니까 훨씬 더 가볍네!’
씩씩하게 걸어갔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무거워 지는 것 같았다. 한 발짝 한 발짝 떼면 뗄수록, 앞으로 가면 갈수록 뭐가 어깨를 누르는데 꿈쩍을 못하겠다. 방앗간 앞에 와서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이 짐이 무거운 것인지 아니면 내 힘이 약해진 것인지 모르겠다.
‘아이고 도저히 못 가겠다!’
할 수 없이 땅바닥에 내려놓고 말았다. 오른 쪽 어깨에 짐을 메고 있었기 때문에 오른 쪽 어깨는 내려앉고 왼쪽 어깨는 위로 올라갔다. 왼쪽 손으로 오른 쪽 어깨를 툭툭 쳤다. 그러니까 어깨에서 ‘딱‘하는 뼛소리가 나더니 어깨가 좀 덜 아팠다. 길에 퍼질고 앉아 조금 쉬었다. 다시 들고 가야 하는데  들고 싶지가 않았다.
‘남의 일인데 내가 뭐하러 이카노. 그렇다고 여기서 놔두고 갈 수도 없고. 아니지, 여기 놔두고 가면 할머니가 내려오면서 보고 가져 갈 수도 있지.’
그런데 차마 놔두고 갈 수가 없었다.  
‘에이 이 까지 왔는데 그냥 들고 가자. 이제 머리에 이고 가보자.’
우선 어깨 위에 짐을 올렸다. 그리고 두 손으로 짐을 잡고 다시 고개를 재쳐 짐을 머리 위에 얹었다. 머리 위에 얹으니까 머리는 조금 아팠지만 별로 무겁지는 않았다. 그런데 균형을 못 잡겠다. 고개를 조금만 앞으로 숙이니까 짐이 앞으로 푹 기울어져 버린다. 그 짐을 똑바로 하려고 다시 고개를 뒤로 넘기면 짐이 또 뒤로 넘어 갔다. 몇 번을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비틀 거리다가 겨우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갔다. 살살 걸어가니까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을 걸어갔다. 욱태네 집 앞을 지나 다시 샘이네 집 왼쪽 귀퉁이를 돌았을 때 갑자기 머리가 아파 왔다. 머리 위가 쑤시는 것 같았다. 다리도 점점 아파 왔다. 할머니 집은 우리 마을 맨 위에 있어서 정말 멀었다. 이제 머리까지 어질어질했다. 계속 걸어가니까 녹색 대문으로 된 성국 할머니 집이 보였다.
‘이제 다 왔다!’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걸었다. 대문 앞에 가니까 정말 짐을 내던지고 싶었다. 그때 대문이 열리고 성국 할머니가 밖으로 나왔다.
“아이고오, 이까지 들고 왔나!”
내 짐을 받아 주셨다.
“이까지 뭐하로 들고 오노, 이거 억수로 무거운데.”
“뭘요, 하나도 안 무겁던데요.”
“아아고 미안해 죽겠네. 우야꼬? 아나, 이돈 까자라도 사무라.”
“아이 괜찮아예.”
“그래도 가져가라. 어여 받아라.”
“고맙습니다. 그러면 안녕히 계세요.”
“오이야 잘 가거래이.”
나는 집에 왔다. 오는 길에 바람이 내 이마의 땀을 씻어 주었다. 그런데 내가 돈 때문에 짐을 들어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돈을 받으면 안 되는 건데······.’
잘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7년 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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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1-1]은 신문에 실려 있던 글인데, 사실보다 좀 부풀려 쓰기도 하고 꾸며 쓰기도 한 글이다. 글쓴이는 경북에 살며, 큰 ‘읍’ 정도의 작은 도시 같은 곳에 살고 있는 어린이인데 주고받는 말이 서울 말씨다. 또 하루 종일 신나게 노래 부르며 짐 챙기는 것, 바다가 주는 행복감에 곧 서로 화해했다는 것 따위도 그렇다. 그리고 누구와 갔는지, ‘어느 날’ 이라는 정도로만 말해서 언제인지도 잘 모르겠지요? 그러니까 모든 장면을 겉 스치는 것처럼 썼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바다에 가보지 않아도 이 정도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아주 맛없는 글이 된 것이지요. 이런 글을 관념으로 쓴 글이라고 말한다.
[글 1-2]은 부풀려 쓰거나 꾸며 쓰지 않고 겪은 사실 그대로 써서 그런 대로 괜찮은 글이 되었다. 더 좋은 글이 되도록 하자면 좀 더 자세하게, 좀 더 또렷하게 나타내어야겠다.
[글 1-3]은 짐을 들고 가는 모습, 글쓴이의 마음 움직임이 아주 잘 나타나 글이 살아 있다. 이렇게 써야 한다.

[글 2-1]
           감

주홍빛으로
얼굴 붉히며 가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곱게곱게 차려 입고 나뭇잎들은
긴 나들이 간다.

탐스런 감들이 예쁘게 세수하고
곶감으로 다시 태어난 모습이
꼭 우리 할머니 닮았다.

한 입 베어불면
달콤한 향기가
온 산을 물들인다.     (4학년 남)

[글 2-2]
            감홍시

감홍시는 빠알간 얼굴로
날 놀긴다.
돌을 쥐고 탁 던지니까
던져 보시롱
던져 보시롱
헤헤 안 맞았지롱 이런다.
요놈의 감홍시
두고 보자.
계속 계속 돌팔매질을 해도
끝까지 안 떨어진다.       (울진 온정초등 4학년 황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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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2-1]은 그럴듯하게 쓴 것 같다. 그러나 이 글은 겪어보지 않아도 쓸 수 있는 글이다. 바로 가까운 날에 감나무를 보지 않고 옛날에 보았거나 텔레비전 따위에서 본 아슴프레한 기억으로도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다. 그러니까 감동이 없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글이 되는 것이다.
[글 2-2]는 바로 어제오늘 겪어보지 않고는 쓸 수 없는 글이다. 이 세상에서 이 글을 쓴 어린이 말고는 그 누구도 쓸 수 없는 시라는 말이다. 그래서 감동을 주는 ‘살아 있는 글’이 될 수 있다.
다음 글은 무슨 대회에서 대상을 탄 작품이다.

  [대상작품]
                                     꽃밭에서
                                                                      6학년

정다운 꽃밭은 / 참 포근하기도 하지요. /  아기가 아장아장 뛰어놀면 / 아기가 다칠까봐 마음만 조마조마. /  마치 엄마품 같아요.//
넓고도 넓은 꽃밭에 / 아기가 아장아장 걷다가 지쳐 / 엄마 머리카락처럼 보드라운 / 꽃밭에서 곤히 잠이 들지요.//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꽃들은 / 참 춤도 잘 추지요. / 무서운 바람 아저씨가 와도 / 언제나 즐겁게 한들한들 / 춤을 추지요.//
아기는 아기는 / 참 행복하지요. / 엄마같이 포근한 분이 / 또 있으니까요.
  
어떤가?

다음은 주장하는 글이다.

  [글 3-1]
                                   자연식품을 먹자

우리는 왜 햄 소시지등 가공식품을 먹는가? 그 이유는 간편하기 때문이다. 요즈음 사람들은 너무 바쁘다. 그래서 절차가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그렇지만 왜 우리는 자연식품을 많이 섭취해야만 하는가?
첫째 가공식품은 몸에 해롭기 때문에 먹지 말아야 한다. 우리 주위엔 뚱뚱한 아이들이 많다. 그 이유는 칼로리가 높은 식품을 많이 먹고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옛날엔 보이지 않던 성인병, 백혈병, 당뇨병이 늘고 있다고 한다.
가공식품에는 방부제가 많이 들어가는데 그 방부제를 많이 먹은 사람은 죽어도 시체가 썩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음식물을 우리가 매일 먹는다고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다.
식품첨가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넣지 않으면 맛이 없다』라는 것이다. 나도 요즘 푸른 평화 운동을 하는데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져서 자연식품은 잘 먹지 못한다.
둘째 몸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 몸 중 가장 중요한 칼슘을 많이 섭취해야 튼튼해진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먹는 콜라나 초콜릿 등은 인산이 많아서 뼛속의 칼숨과 합쳐져 『인산칼슘』이 되어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셋째 우리 땅에서 나는 제철 음식을 먹자. 우리나라에서 나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좋은 약은 없다. 제 아무리 한약을 많이 먹는다 해도 제철에 나는 음식보다는 못할 것이다.
우리가 건강하게 살려면 가공식품 보다는 자연식품을 많이 먹자고 권하고 싶다.(5학년남)

[글 3-2]
어른들의 잘못

요즘 어른들은 우리에게만 큰소리 치지 실제로는 우리에게 꾸중하신 것조차 잘 지키지 못하는 분이 있다. 예를 들면 우리에게는 휴지를 아무 곳에나 버리지 말라고 하시면서 피우던 담배를 불도 안 끄고 길바닥에 그냥 버린다.
나는 평소에 어른들의 잘못을 많이 보아왔다. 그런 잘못을 보고 그냥 넘긴 우리도 바보지만 아이들 보는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하신 어른들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른이 되면 무조건 큰소리 치지는 않겠다. 근본적으로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지 잘 파악한 후에 소리도 큰 소리를 칠 것이다.
어른들께 나도 꾸중 한 마디 한다.
“제 눈에는 어른들이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일 때도 있습니다. 저희가 잘못한 것은 어디까지나 잘못이지만 어른들의 말, 생각, 행동은 모두가 옳다고 하시는 것도 잘못입니다. 세상에서 잘못 한 번 안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우리에겐 자기 잘못을 고치라고 꾸중하시면서 어른들은 쉽게 고칠 수 있는 것도 고치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 건 어른들은 어른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6학년 남)

[글 3-3]
                        소변기 뚜껑 올리고 오줌 눕시다

우리 옛말에 변소 둘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어울리는 예는 아닌지 모르겠는데 나는 우리 집 남자들에게 화장실 이야기 좀 하겠다. 요즘은 화장실이 수세식이고 깨끗해서 거실에 붙어 있다. 그래서 밤에도, 비 올 때도 화장실 가는 것이 참 편하다. 옛날에는 밤에 화장실에 가는 것이 귀찮고 무서워서 밤똥을 닭에게 파는 놀이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편리한 수세식 화장실이 참 찝찝할 때가 있다.
바로 내가, 아니 여자들은 모두 그럴 것인데, 오줌 눌 때이다. 남자들이 그냥 서서 오줌을 누니까, 양변기의 조그만 뚜껑을 위로 올리고 누면 될텐데 그냥 뻣뻣하게 서서 누니까 옆으로 튀겨서 그 다음에 들어가는 여자는 그 위에 앉아야 되는데 축축하고, 또 그게 바로 남의 오줌이니까 얼마나 더럽겠노.
그 다음에 꼭 여자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다시 아까 그 사람이 들어가서 똥을 누려면 자기도 앉아야 되는데 그 생각은 왜 못할까?
전에 엄마가 백화점에 가서 천으로 된 끼우개를 사와서 끼운 적이 있다. 처음에는 예쁘고 앉으면 폭신해서 좋았는데 우린 빼버렸다. 처음 한 두 번은 괜찮았는데, 그 위에 오줌이 튀겨가니까 축축하게 젖어서 없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 나와서다. 화장실 청소를 해도 냄새가 나는 것은 이렇게 묻지 않아야 할 곳에 오줌이 묻어 있으니까 그럴 거다.
바로 1초만 허리를 굽히고 그걸 위로 올린 뒤에 오줌을 누든지, 똥을 누고 나올 때 그 뚜껑을 올려놓고 나오면 오줌이 묻지 않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늘 뚜껑을 열어놓는 것보다는 평소에 닫아놓았다가 오줌을 눌 때 위로 모두 올리고 누고, 그 뒤에는 닫는 것이 보기에 좋겠다.
가족끼리 사는 데서도 안 고쳐지면 여러 사람이 쓰는 데 가서 더럽다고 욕을 할 수 있겠나./ 제발 이 버릇을 고쳤으면 좋겠다. 오줌이 급한데도 휴지를 뜯어서 닦고 그러고 나서 앉아서 오줌을 누려면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모른다. 좀 부끄럽지만 전에 한 번은 오줌을 닦고 앉을라고 하다가 팬티에 오줌을 싸버린 일도 있다.
                            (1995년 부산 대신초등 6학년 여, 박선미 선생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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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3-1]을 보면 ‘그것 맞는 말이지.’ 하는 생각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자신의 삶은 없고 책에서 얻었거나 어디에서 들은 지식을 주로 모아 쓴 글이기 때문에 큰 자극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말하자면 교과서식으로 쓴 주장하는 글이다. 나는 이렇게 삶이 녹아 있지 않은 글을 죽은 글이라 한다.
[글 3-2]는 주장이라고 한 것이 비난에 가깝게 되고 말았다. 주장의 근거도 자세하지 않고 짐작으로 뭉뚱거려 대충 주장만 내세운 것이다. 말하자면 목소리만 커진 셈이다.
[글 3-3]은 바로 자신과 가까이에 있는 삶에서 나온 글이다. 이 글을 식구들이 읽어보면 안 지킬 식구가 어디 있을까. 얼핏 보기에는 주장하는 글의 짜임이 잘 안 갖추어져 있는 것 같아도 살펴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짜임이 잘 되어 있다. 나는 이런 글을 살아 있는 주장하는 글이라고 한다. 주장하는 글은 이론만으로도 쓸 수는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절실한 삶에서 나온 문제로 자기의 생각, 자기의 의견을 내세우는 글을 많이 쓰도록 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내 생각이다.

[글 4-1]
                              꽃과 더불어

학교를 가다 보면 집들의 담과 담 사이마다 목련과 개나리가 만발합니다. 라일락도 많이 피었습니다. 모두 나를 보고 웃는 듯 하지만 내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괜히 샘이 났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집에 라일락도 피지 않았고, 우리 집의 자랑인 매화도 피지 않았기 때문이다. 빨리 예쁜 꽃을 보고 싶었는데 아직 피지 않은 꽃들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며칠 전에 촉촉한 비가 내렸기 때문일까요? 드디어 라일락이 귀여운 연보랏빛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매화도 하이얀 봉오리를 쏘옥 내밀었습니다. 얼마 있으면 그 고운 자태를 드러낼 수 있겠지요. 그 꽃들이 너무나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식물도 잘 자라라고 마음을 써 주고 아껴 주면 아주 잘 자란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옳은 것 같아요.
라일락의 꽃말은 우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친구들에게 활짝 핀 라일락 꽃을 한 아름 선물해 준다면 얼마나 기뻐할까요. 그런 그 우정은 더욱 굳게 맺어질 거여요. 멋있는 것으로만 되는 것으로 알면 잘못된 일이고, 친구들과의 우정은 꼭 지키도록 노력하겠어요. 친구들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와주는 친구, 참 친구가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매화의 꽃말은 결백. 옛날의 결백하셨던 어른들은 모두 마당에 매화를 심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얀 매화는 사람들에게 결백한 마음을 시머 주는 꽃이라고 생각됩니다. 나도 그 매화를 보며 결백한 마음을 길러야겠어요.
이젠 학교 가는 길의 목련이나 라일락도 부럽지 않습니다. 우리 집엔 더 예뻐 보이는 꽃들이 있으니까요. 조그맣지만 벌과 나비도 춤추듯 날아오고 새파란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정원이라면 나는 넓고 웅장하지 않더라도 사랑해 줄 것입니다. 꽃과 더불어 살아간다면 내 마음도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될 거여요.
이 글을 봄님에게 전합니다.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서울 6학년)

[글 4-2]
                             장사하는 할머니들

우리 집 앞 찻길 옆에서는 동네 할머니들이 사과나 감 같은 과일을 팔고 있다. 말 잘못하는 할머니는 손님이 오면 손가락 세 개를 펴서 3,000원이라는 표시를 하며 판다. 어떨 때는 할머니가 말을 잘못해서 답답해하신다. 그때는 내가 말해 주기도 한다. 나는 할머니가 하는 손짓을 대충 알기 때문이다.
또 할머니들은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심심하고 지루한지 사과나 감을 놔두고 밭에 가시기도 한다. 그때 지나던 차에서 손님이 내리면 우리 어머니나 가까이에 있는 마을 사람들이 팔아주기도 한다. 우리 집은 할머니들이 과일 파는 바로 옆에 있는데 날마다 할머니들이 있어서 허전할 때가 잘 없다. 가끔 할머니들이 한 분도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때는 참 허전하다. 할머니들이 하시는 이야기가 막 들려오는 듯하기도 하고 손뼉을 치며 웃는 모습이나 옥신각신 싸우던 모습도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아침에 내가 가방을 메고 나서면
“영석아, 인자 핵교 가나? 공부 열심히 하고 오너라.”
하고 말하신다. 남들은 그 소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우리 할머니는 고구마나 옥수수를 삶으면 사과 파는 동네 할머니들부터 먼저 드린다. 그러면 사과 파는 할머니들도 그 쟁반에 어떤 거라도 담아서 주신다. 우리 집에 아무도 없으면 집도 봐 주시고 미나리나 파 같은 것도 다듬어 주신다. 이런 걸 두고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도 있다.’ 고 하는 것이다.
한 가지 문제점은 바로 찻길 옆에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철망으로 앞을 막아드리고 싶지만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 마음만은 언제나 그렇다.
할머니들이 파는 과일은 백화점에서 그럴듯하게 해놓고 파는 것보다는 못할지는 모르겠지만 정성이 있기 때문에 더 맛이 있다. 적어도 속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오는 사람 가는 사람들이 꾀 많이 사 간다.
지금 쌀쌀한 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한다. 그래서 연세가 아주 많은 할머니는 벌써 나왔다 안 나왔다 하신다. 이제 겨울이 되면 따뜻한 봄이 올 때까지 안 나오실 것이다. 그러면 나는 얼마 동안 마음이 허전할 것이다. 자꾸만 보고싶어질 것이다.
‘할머니, 할머니, 나도 언젠가는 늙어서 할아버지가 되겠지요. 그러면 할머니께서 나를 사랑해 주신만큼 나도 아이들을 사랑하겠어요. 그리고 할머니처럼 정도 나누어주겠어요.’ (덕산초등 6학년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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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4-1]은 학교 가는 길에서 개나리, 목련, 라일락꽃들을 보고 쓴 느낌글인데, 사물을 겉 스쳐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매화가 먼저 피는 걸로 아는데 라일락과 같이 피는 것으로 본 것도 그렇고 이것저것 슬쩍 본 장면을 갖다 붙여 놓은 듯한 것으로 보이는 것도 그렇다. 그러니 그것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도 저절로 우러나온 것으로 보이지 않고 만들어낸 것 같이 보여 ‘참 그렇구나!’ 하는 감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글 4-2]는 생활 경험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고 그것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도 진심에서 우러나와 작지만 찌릿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글 4-2]가 좋은 글이라 보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