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자료

일기 이렇게 씁니다 -이부영의 초등교실-

Green Guardian 2006. 8. 14. 18:00

일기장과 연필, 지우개를 준비하세요.

일기장은 일기를 쓰고 싶을 때 언제든지 빨리 찾아 쓸 수 있게 눈에 잘 띄는 곳이나, 나만 이 잘 알고 있는 한 곳을 정해 늘 그 곳에 두세요. 그렇지 않으면 일기 쓸거리가 생각났다 가도 일기장 찾으려 돌아다니는 시간에 다 잊어버리게 되고, 그만 일기 쓸 마음이 사라져 버리게 되거든요.
일기장은 꼭 빨리 찾을 수 있는 곳에 두세요.
자, 오늘 쓸 쪽을 펼쳤나요? 연필을 손에 들었나요?


 

혼자 생각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장소를 찾아 가세요.

일기를 쓰려면 오늘 있었던 일을 쭈욱 뒤돌아 봐서 바로 지금 겪고 있는 것처럼 다시 생각해 봐야합니다. 그런데 시끄럽거나 복잡한 곳에서는 이런 생각들이 잘 떠오르지 않겠지요? 따라서 일기는 나 혼자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곳, 일기 쓰는데 몰두할 수 있는 곳에서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일기를 다 쓸 때까지는 돌아다니거나 다른 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텔레비전도 끄고 방문도 닫고, 다른 가족들한테도 일기 다 쓸 때까지 심부름 시키지 말라고 부탁하세요. 앞으로 적어도 삼,사십분동안은요. 이제부터 삼,사십분동안은 오직 나하고만 얘기하는 시간이에요.


 

오늘이 몇 년, 몇 월, 몇 일, 무슨 요일인지 날짜를 쓰세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고 일기장에서 오늘 일기를 쓸 곳을 펼치세요. 자, 펼쳤나요?
그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날짜를 쓰는 것입니다. 일기가 다른 글과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글을 쓴 날짜를 밝혀둔다는 것이거든요. 물론 다른 글을 쓸 때도 글 뒤에 글 쓴 날을 꼭 밝혀두는 것이 좋지만요. 일기의 내용을 쓰기 전에 먼저 년, 월, 일, 요일부터 꼭 써 두세요. 나중에 쓰려고 하다보면 꼭 잊어버리게 되거든요.


 

오늘 날씨를 쓰세요.

일기는 나의 역사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되도록 날씨도 정확히 써 두세요. '맑음',이나 '흐림', '비', 그리고 해, 구름, 우산같은 간단한 그림으로 표시하지 말고, 그 날의 날씨를 자세히 써 보세요. 예를 들면,

  1. '하루 종일 뜨거운 햇빛이 내리 쬐었다.'
  2. '비는 오지 않았지만, 하루 종일 날이 흐려 있었다.'
  3. '흐리다가 해질 무렵에 잠깐 햇빛이 비췄다.'
  4. '소나기가 자주 내렸다.'
  5. '무거운 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다.'
  6. '아침에 비가 내리다가 점심 때 그치더니 오후에는 검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이렇게요.
     

오늘 있었던 일을 잘 생각해 보세요.

어떤 날은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이 금방 생각이 나는데 어떤 날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때가 있을거예요. 그럴 때는 눈을 감고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시작해서 아침에 집에서 한 일, 학교에 가다가 본 일, 겪은 일, 그리고 학교에 가서 첫째 시간, 둘째 시간, 셋째 시간, 넷째 시간 그리고 집에 오다가 보고, 겪은 일, 집에 와서 일어난 일, 이렇게 아침부터 차례대로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그 때 '아! 이거!'다 싶은 얘기가 있으면 모두 간단한 제목을 한 곳에 써 두었다가, 가장 하고 싶은 얘기, 가슴 찡한 얘기, 누구에겐가 꼭 해 주고 싶은 얘기를 한 가지, 또는 두 가지 정도 골라보세요. 꼭 특별한 얘기가 아니어도 좋아요. 집에 오다가 본 애벌레,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휴지 조각,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만 가지고도 관심을 갖고 자세히 살펴보기만 했다면 얼마든지 좋은 일기를 쓸 수가 있거든요. 일기를 날마다 쓰다보면 이제 하찮은 벌레라도 관심있게 바라보게 될거예요.

날마다 일기 쓸 거리가 없어서 걱정이라는 친구는 이런 방법이 어떤가요? 작은 수첩을 늘 가지고 다니면서, 하루 동안에 어떤 일이 생길 때마다 간단하게 메모를 해 보는거예요. 또, 모든 일을 건성건성으로 넘기지 말고 자세히 관찰하고, 생각하고, 느끼려는 태도를 늘 가져야 일기를 잘 쓸 수가 있답니다.

특히, 날마다 일기 쓸거리가 없어서 걱정하는 친구나, 일기 쓰기기 귀찮은 친구는 다른 친구들이 쓴 일기를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은 어떤 내용을 어떻게 썼는지 살펴보는 거에요. 그럼, '아- 이런 것도 일기거리가 될 수 있구나.', '이렇게 쓰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거에요. 일기 쓰기가 한결 쉽게 느껴질거구요.
물론 다른 친구들이 쓴 일기를 그대로 베끼거나 흉내내는 친구는 없겠죠?


 

제목을 쓰세요.

하루 일 가운데 가장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얘기, 자꾸 누구에겐가 하고 싶은 말을 한 가지 또는 두 가지 다 골랐나요? 그럼 그 얘기가 어떤 얘기인지 제목을 먼저 정해서 써 보세요. 물론 마땅한 제목이 바로 떠오르지 않으면, 일기를 다 쓰고 나서 써도 됩니다. 그런데 처음에 일기 제목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는 일기를 다 쓰고 나서 나중에 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일기에 제목을 반드시 쓴다는 것은 꼭 기억해 두세요.


 

처음에 할 말을 정하세요.

처음에 어떤 말을 쓰느냐에 따라 일기를 쉽게 써내려 갈 수도 있고, 어렵게 써 내려 갈수도 있습니다. 처음 얘기를 꺼내는 방법을 몇 가지 정리해 보면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1. 언제 있었던 얘기인지부터 시작합니다.(예, '세째 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공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2. 누구의 얘기인지부터 시작합니다.(예, '상수가 몰래∼',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3. 날씨 얘기부터 시작합니다.(예, '비가 하루 종일∼' )
  4. 그 날 중요한 일 가운데에서 들었던 말부터 시작합니다.(예, "선생님 큰일났어요!∼","니가 정말 나한테 그럴 수 있니?∼")
  5. 일의 결과부터 먼저 시작합니다.(예, '마음이 우울한 날이었다∼', '선주랑 다시 사이좋게 지내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 밖에도 처음 말을 시작하는 방법은 많아요.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하든지,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것이 좋아요.


 

이제 하고 싶은 말을 써 내려 가세요.

처음에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 지 정했으면, 그 다음에 할 말을 쭈욱 써 내려가 보세요. 일기를 쓸 때는 너무 잘 쓰려고, 또는 멋있는 말을 쓰려고 애쓰지말고, 남에게 얘기하듯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글로 옮긴다고 생각하면서 써 보세요. 글을 쓸 때 조심할 일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1. 처음부터 맞춤법, 띄어쓰기에 신경을 쓰지 말고, 하고 싶은 얘기를 쓴다 생각하고 씁니다.
  2. 있었던 일만 쭈욱 설명하지 말고, 그 당시 있었던 일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모습, 태도, 내가 받은 느낌도 솔직하게 써 보세요.
  3. 글을 생생하게 쓰려면, 그 당시 모습을 보지 않은 사람이 글을 읽고도 그 당시모습이 훤히 떠오를 수 있도록 소리나 모양을 자세히 쓰는 것이 좋구요, 또 그 당시 사람들이 한 말을 그대로 따옴표 안에 옮겨 써 보세요.
  4. 또 내가 착한 아이인 것처럼 거짓말로 쓰지 마세요. 누구나 잘못을 하게 되고, 아무리 좋은 사람도 때에 따라서는 나쁜 마음을 품을 수도 있지요. 나쁘면 나쁜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말고 써야 합니다.
  5. 그 날의 얘기를 자세히 나타나는데 필요하다면, 한 쪽에 그림을 자세히 그려 놓기도 하구요, 또, 오늘 얘기에 얽힌 입장권, 카드, 나뭇잎, 편지 같은 것을 붙여서 나타내도 좋습니다.
 

일기를 다 썼다구요? 일기장을 치우기 전에 잠깐!

다 쓴 일기를 소리를 내서 읽어보세요. 그래야 일기에서 어색한 곳을 금방 찾을 수 있거든요. 일기를 읽어본 다음, 빼도 괜찮은 말, 더 보탰으면 좋은 말을 빼고 보태보세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린 곳은 없는지 확인해 보세요.
아무리 우리 글이지만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제대로 맞춰서 글쓰기가 참 어렵지요? 하지만, 우리 글을 사랑하는 태도는 우리 말의 맞춤법에 맞는 말을 잘 알고 사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으면 교과서에는 어떻게 써 있는지 교과서에서 똑같은 말을 찾아보세요. 교과서에 나와있지 않은 말은 사전을 찾아보면 좋겠구요.
하지만, 일기에서 중요한 것은 맞춤범과 띄어쓰기보다 가슴 찡한 내용이거든요. 지나치게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신경 쓰다가 일기를 쓰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겠어요.
그러나 사투리는 꼭 표준말로 바꿀 필요없이 평소에 쓰고 있는 말을 그대로 살려 쓰면 되구요, 반드시 틀리지 말아야할 게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사람의 이름'과 '사물의 이름'입니다. 친구의 이름을 잘못 쓰면 친구가 얼마나 섭섭해 하겠어요?
마지막으로, 오늘 일기에서 빠뜨린 것이 없나 다시 한 번 알아보고 나서, 오늘 일기 끝!
참! 일기장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늘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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