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푸른 숲속에 박주가리라는 아주 특별한 식물이 살았어요. 박주가리는 초록색 넝쿨로 여기저기 뻗어 나가며 숲의 친구들을 만나는 걸 좋아했답니다.
박주가리가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꼬투리 속에 숨겨둔 씨앗들이었어요. 마치 요술 주머니처럼 생긴 길쭉한 꼬투리가 점점 통통하게 익으면, 박주가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죠.
"언제쯤이면 나의 아기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까?"
가을이 깊어지고 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할 무렵, 박주가리의 꼬투리가 '톡!' 하고 터졌어요. 그러자 그 안에서 하얗고 가벼운 솜털을 이불처럼 덮은 아기 씨앗들이 뿅하고 나타났답니다.
"안녕! 우리는 이제 여행을 떠날 거야!"
아기 씨앗들은 솜털 날개를 활짝 펴고, 마치 작은 낙하산 부대처럼 둥실둥실 하늘을 날아다녔어요. 살랑이는 가을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흔들리며, 어떤 씨앗은 냇가에, 어떤 씨앗은 언덕 위에, 또 어떤 씨앗은 숲속 한가운데에 내려앉았죠.
박주가리는 바람에 흩날리는 아기 씨앗들을 보며 행복하게 미소 지었답니다. "내년엔 더 많은 초록빛 박주가리들이 숲을 가득 채우겠구나!"
그렇게 박주가리의 씨앗들은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이듬해 봄이 오면 다시 초록빛 넝쿨을 뻗어 올리며 숲의 이야기를 이어갔답니다.



